심수자샘 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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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툇마루
심 수 자
오래전에 나는 당신에게 딱 맞는
사랑의 옷을 입혀 달라 했지요
눈으로 치수를 재고 마음으로 색깔을 골라
지어준 한 벌의 옷
난 아직 그 옷을 입고 있지요
견고한 바느질은 나를 가두듯
여직 실밥 한번 터지지 않았어요
용케도 내 취향을 알아 싫증은 나지 않지만
비에 젖고 햇살이 여러번 지나간 탓에
물색은 낡을대로 낡았지요
나, 당신의 옷을 입고 있는 동안
패인 가슴에 짧아진 치마
재질은 몸에 착착 감기는 실크
아니면 속살이 휜히 비치는 시폰의 유행이
끊임없이 나를 흔들어 댈 때도 있었지요
그러나 아직 잿빛 무명에 꽁꽁 갇혀
재단사 당신이 설계한 감옥 안에서
엉성한 박음질의 틈새를 엿보기도 해요
몸은 자라도 벗어버릴 수 없는 옷에
옥죄는 아픔은 고통의 연속이지요
해서 빠삐용을 꿈꿔 보기도 해요
조금씩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빛 앞에
툇마루를 비추는 햇살을 그리워하는 나,
튼튼한 창살에 날아든 새가
어쩌다 물어다 놓은 꽃씨에서
싹트길 기다릴 뿐입니다
댓글목록
팀장 노정희님의 댓글
팀장 노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가 그림으로 그려잽니다.
그 안에 따뜻함을 담은 마음이 느껴집니다.
심수자 샘의 섬세함이 .....
단장 이은정님의 댓글
단장 이은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따뜻한 사랑이 숨쉬는 공간이 잘 느껴집니다.
좋은 시를 잘 감상하였습니다.
국장이영자님의 댓글
국장이영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랑이 느껴지는 시~~~
잘 감상했습니다.~~~
팀장 김경희님의 댓글
팀장 김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사랑에 옷을 입고
마르고 닳도록 닦은 툇마루처럼
심샘의 가정이 반짝반짝 윤이 날것 같습니다.
심수자님의 댓글
심수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패스워드를 잊어 겨우 들어왔습니다..^&^
어느새 제 시도 한 편 올려져 있고요..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론 자주 들어 오겠습니다.
팀장 김경희님의 댓글
팀장 김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심선샘님!
홈에서 뵈니 또 반갑습니다
나식연님의 댓글
나식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따뜻하고 정감있게 와 닿아
툇마루에 비춰지는 햇살 같이 느껴지는
심선생님의 시. 멋져요!
특히 마지막 연의
"꽃씨에서 싹트길 기다"린다는 시어는
정말 순수하게 와 닿습니다.
시인님과 수요반을 같이 한다니 감사합니다.
홈지기님의 댓글
홈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따뜻한 툇마루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고 싶습니다.
헐렁한 낡고 색바랜 옷이 더 정이 가고 편하지요....